여행을 가서 현지인의 삶을 가장 진하게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은 단연 시장이다.
우리네 5일장, 1일장 같이 정이라는 민족성이 있는 한국 사람에겐 누가 머라고 해도 시끌시끌 시장바닥 냄새가 나야 고추장 팍팍 넣은 비빔밥 한 숟가락 떠 넣은 거 마냥 속이 후련해 진다.

이집트의 5000년 유물 만큼이나 볼 만한 것이 재래시장이다.
일명 수크(suqe)라고도 불리우는 재래시장은 각 도시마다 크고 작게 벌여진다.

카이로의 칸카릴리는 론리 플래닛에도 소개되었을 만큼 이집트를 방문하는 사람이면 피라미드 만큼이나 가보고 싶은 추천 관광지 이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왠지 론리 플래닛의 후광을 받고 있는 유명한 칸카릴리는 내 취향에 맞지 않는다.

단 숨에 칸카릴리를 소문난 잔치로 떠밀어 버리고 지사장님을 따라 장보기에 나섰다.

가장 먼저 들린 곳은 고기시장 수크 일 아타바(suqe il ataba) 이다. 타흐릴 광장에서 KFC사이 골목으로 100여미터 직진 하면 비릿한 고기냄새 가득한 시장 입구가 시작된다. 주방 이라는 이름처럼 각종 식자재를 팔고 특이한 것은 이슬람국가에서 허가를 받아야 팔 수 있다는 돼지고기 정육점이 있다. 열심히 지사장님 꽁무니를 따라 다니며 사진을 찍는데
……..-ㅅ-;;.. 빨간 조명아래 맨 몸 드러낸 고깃 덩어리들이 살벌하다..후덜덜...

하지만 너나 할것없이 사진기를 보며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보여달라며 밝게 웃는 사람들이 정겹기만 하다. 역시 난 사람냄새 나는 곳 체질 이구나....>.<..

다음은 어디로 가실 껀까요? ㅎㅎ

다음 행선지는 천 종류나 옷가지들을 파는 시장 되겠다.. ‘수 무스크’
이곳은 아타바 맞은편에 있으며 남대문시장처럼 옷가지들이 많고 원단이나 옷걸이 등을 많이 파는 곳이다. 우리나라 동대문시장이나 남대문 시장쯤 되는 곳인데.. 관광객들이 쇼핑할만한 거리는 아닌 것 같다.
‘어이..어이.. 너무 쳐다보면 걷는 것 말고 아무것도 못하겠잖아..”
그 만큼 관광지가 아닌가보다…-ㅅ-…

이곳에서 10분쯤 시내 반대방향으로 걸어가면 칸 카릴리가 시작된다.

론리 플래닛의 후광을 받아 몸 값이 훌쩍 뛰어버린 곳 되겠다.

췟 흥정도 안해주고.. 무조건 배째라는 노점.. 그리고 무엇보다 맘에 안 드는건 자꾸 아리가또 란다..
-ㅅ-… 일본 관광객들 수 엔(円)쯤 뿌리시고 가셨는지.. 그래도.. 볼거리도 많고 살거리도 많은 건 칸카릴리 시장만한 곳이 없다.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곳인 만큼 관광객들이 살만한 물건을 많이 가져다 둔다.
대충 눈요기하고 엔틱한 찻집에 가서 짜이 한잔 마시는 여유를 부리는게 추천 일정이다.^^

다이어리를 쓰거나 가이드 북을 읽거나 잠시 시간을 보내기 좋은 분위기다.
이집트를 다니면서 한국의 카페와 다르다고 생각되는 것은 우리는 보통 카페가 약속 장소인 반면에 이 사람들에게는 생활 속의 휴식 장소 같은 느낌이다.

관광객을 제외하고 나머지 현지인들은 시샤를 피면서 싸구려 홍차 한 잔을 물 마시듯 여유롭게 마시고 다시 일을 하러 간다. 혼자서 그렇게 시간을 즐기는 현지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사람 사는거 다 똑같다고 생각하는 메마른 내 사고에도 쭈삣하고 작은 스파크가 인다.

시장 방문기의 하일 라이트는 아스완 되겠다.

아.. 아스완.. 생각만 해도 .. 고개가 절레 절레.. 가로저어진다.. 입가에 지어지는 썩소의 정체..
에효..;;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스완에서 사고 싶은 기념품이 가장 많았다. ㅎㅎ
그래서 더 힘들었던 코스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흥정을 많이 해야 했기 때문에.. –ㅅ-;;; 후덜덜

아스완 기차역 왼편으로 4~5km 정도의 시장이 길게 뻗어있다.
아스완의 재래시장은 몇 안되는 아스완의 볼거리이다..^^ 다른 시장과 다른 점은 생활과 관광의 냄새가 조화롭게 섞여있다고 해야 하나.. 현지인과 관광객이 모두 들러서 쇼핑을 할 수 있는 시장인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우선 아스완에서 살 만한 거리는 스카프, 은제품, 터키석, 목각 기념품, 등등.. 몇 가지가 있다.
사실 맘에 들면 다 살거리다. 나는 향신료도 사오고 싶었다.. 색이 너무 이뻐서..

아스완 시장에 들어가면 주의 할 점은 결코 가격만 물어보겟다는 생각으로 가게에 들어가면 안된다. 우리가 종종 잊어버리는 한가지.. 나는 누가봐도 관광객이다. 즉.. 나는 봉 되시겠다.

구경만 하겠다고 들어간 가게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안 사지도 못하고 we’re friend..라는 말을 수십번씩 들으면서..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려야 하는 경험은 아직 철판 두께 1미리도안되는 아가씨인 내 입장에서는 국적 불문하고 초난감 한 상황이다. 에효..ㅜㅜ

50% 이상 깎아 내려가는 요금하며, 없는 물건은 옆집에 옆집에서라도 찾아다 주는 초난감 센스.
거다가 관광객들에게 하도 시달려서인지 흥정이 거듭 될수록 목소리는 높아지고.. 눈에 힘이 빡세게 들어가는 정체모를 위압감….. “나는 네가 안 사려고 한다는걸 다 알고있다..” 라는 눈빛.. –ㅅ-;;

삐죽삐죽 거리면서 출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내게 다가와 우리는 친구다.. 네가 원하는 가격을 말해달라면서 목소리를 높인다.. 하나, 둘씩 몰려드는 이웃 가게 사람들..

대충 이 정도면 흥정이 얼마나 진땀 빼는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상황이라는 것은 한 가지 상황이 백사람에게 백가지 상황이 되는 것처럼.. 얼굴철판 두께 1미리 미만의 나에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나고 보니 우습기도 하고 지치기도한 기억이지만.. 친구들 목에 하나씩 걸려있는 은목걸이와 엄마 어깨에 살포시 덮인 스카프 자락을 볼때면 승리를 확신하게 하는 전리품같아 입꼬리가 실실 올라가곤 한다.

하지만.. 내가 이겼는지 이집션이 이겼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친구 사이에 얼마 라는게 무엇이 중요하냐.. 당신이 내 가게에 왔고 나와 함께 있다는 것..
우리가 친구라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라고 말하던 이집션에게 산 물건은 처음부터 가격표 따윈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