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떻게 우리 전화를 알았냐고 물었더니 서울 사무실에서 받아 가지고 왔단다.
"오늘 아침에 도착해서 하루 구경하고 저녁 나이트 트래인(침대열차)을 타고 룩소를 갈려했는데 기차표가 없다"고 하니 어쩌면 좋겠냐고 당황해 하는 목소리가 역력하다.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가이드북에는 카이로에 도착해서 TK해도 어제 어느 때나 가능하다고 나와 있는데 막상 도착해서 보니 그렇지 않다"고 한다.
"분명 비수기라고 했는데..."

하지만 이곳은 변수가 많은 곳이다.
한국에서 또는 외지에서 보기에 비수기지만 중동 아랍 국가들을 놓고 본다면 이곳은 성수기다.
사우디, 에미레이트, 요르단 등등의 국가에서 애들 방학과 더불어 식구들 전체가 한두 달 이곳서 지내고 가기 때문이다. 말도 통하고 날씨는 다른 중동 국가들보다 시원하니까...

도착해서 첫날부터 구경도 못하고 당황해하는 그들에게 이런 긴 얘기를 해줄 수 없고 시간이 없으니 항공을 이용해서 룩소 가실 수 있고, 항공권은 어느 항공사에서나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알려줬는데, 사실 나도 자신이 없었다.
한참 후 그들은 더욱 당황한 목소리로 "찾아가서 상담을 하고 싶다." 고 물었다.
"룩소 까지 버스타고 갈려고 택시를 탔는데 버스 터미널이라고 내려주고 택시는 떠나 버렸는데, 터미널에서 표를 팔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은 버스 출발점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

이 더위에 공항에서 람세르 역으로 다시 그곳에서 낯선 곳에 버려진 그들을 생각하니 안타깝다.
해서 "일단 택시를 타시고 그 기사에게 전화를 바꿔주면 우리 있는 곳을 알려 줄테니 침착하고 느긋하게 대처하라"고 일러주었다.
우리를 만난 그들은 무척 안심하는 눈치다.
일단 일정을 짜 주고 불행 중 다행 이라고 저녁 룩소 가는 항공권이 있길래 눈썹 휘날리게 차를 달려서 TK 하고 돌아오는 침대 열차까지 해결해 주었다.

그래도 행운이다. 그 일정에 맞춰 차질 없이 모든 것을 해결했으니...
다른 것은 몰라도, 차량과 침대열차 등을 여행사를 통해 서울에서 미리 예약하고 가져 오는 것이 좋다. 수수료 아끼려다 금쪽같은 하루를 그냥 보내 버렸으니....
그리고 차량비, 아끼려다 오히려 더 많이 들어가 버렸다.
시간에 관계없이 "세월아, 네월아" 한다는 배낭여행이면 몰라도 짧은 시간을 내서 온다면 꼭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앨빈 토플러는 "미래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라고 했다.
우리속담에도 "시간은 돈이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모든 것이 기계처럼 척척 진행 된다면 그것대로 좋지만 모든 것이 어긋난다 해도 어차피 여행 왔으니 부정적인 경험도 거꾸로 생각하면 또 다른 문화의 단면을 보는 것 이니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게 좋다.
이것도 여행이니까.
귀국하면 짜증스러웠고, 어렵고, 황당하게 당한일만 생각이 나는 것이 그 증거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