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일을 금식하면 건강이 좋아지고, 한달을 금식하면 영혼이 맑아진다.”고 한다.
벌써부터 “라마단(금식성월)”을 준비하느라 기차 예매소는 줄을 길게 서고 시장에는 우리나라 정월 대보름 부럼 하듯이 갖가지 열매들 호두, 잣, 땅콩, 후스드, 나트 등과 말린 살구, 야자대추, 무화과 등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
이때는 갓 수입한 좋은 열매들을 쉽게 고를 수 있어 사놓고 냉동시켜 두고두고 먹는다.

라마단 기간에는 여유 있고 부유한 사람들은 차에 돈을 수북이 쌓아놓고 (5파운드, 10파운드짜리)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정부에서는 공무원들에게 식품과 부식물 등을 선물로 주고, 라마단 기간에는 모든 관광지 조차도 일찍 문을 닫는다. 직원들을 위해서....
해서 동동거리지 않으면 일정을 다 채우지 못 할수도 있다.
해뜨면 모든 것을 일체 입에 댈 수 없다. 원래 노약자나, 임산부, 어린이, 병자 등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참여하려한다.

해가 지면 먹을 수 있으니 아예 안 먹는 것은 아니다.
쉽게 낮 시간과 밤 시간이 바뀐 것이라 생각하면 간단하지만 낮에는 일을 해야 하니, 뜨거운 낮에는 목마름에 입술이 바짝 말라 가면서도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는 것을 보면 종교가 무섭다.
그러면서도 라마단 기간에 오히려 살이 찐다. 낮에 참았던 허기를 해가지면 마음 놓고 먹고 또 먹는다. 그리고 쉬다 자다를 반복하니 오죽하겠는가.

각 자선단체나 사원 그리고 부유한 사람들이 임시 자리를 마련해 놓고 음식대접을 한다.
좌석이 50좌석이면 그 좌석에 맞게 음식을 준다.
각각 구역이 있어 못 먹는 사람 없이 다 얻어먹는다. 재산을 하늘에 쌓아두는 자선행위다. 그래서 주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당연하다 생각한다.
“부자를 만드는 것도 하늘의 뜻이고 가난하게 사는 것도 하늘의 뜻이니 어찌하랴.” 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인간이 인간을 아무리 공평하고 평등하게 만들려 해도 되지 않는 건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하고 체념한 것일까? 초월한 것일까?

이곳에 살다보니 라마단에는 나까지 마음이 바쁘다.
금식성월이 시작되면 이 사람들 앞에서 뭘 먹는 것도 조심스럽다. 그러기 전에 오늘 호두를 사서 골프채로 호두를 까먹는다.
골프채의 용도가 한가지 더 추가되었다.
임팩트가 좋아 한번에 호두가 두손을 들고 속을 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