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에서 그래도 제일 낫다는 Paradise Hotel에서 자고 난 우리는 어제 밤 카이로에서 도착한우리 회사의 전용버스를 타고 알렉산드리아를 향해 출발했다.
파라다이스 호텔, 이름 그대로 야자나무들이 많이 있어서 낙원 같았고 편안했다. . 그런데도 우리 일행들은 엊그제 사하라 사막에서 지냈던 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시와에서 마르셀 마트로흐(Mars el Matroh)까지는 계속 사막이 이어져 있었고 도로에는 제법 많은 차량들이 끊이지 않고 오간다.
도중에 한 곳에 잠시 내려 휴식을 취했는데 놀랍게도 조개의 始祖(시조))인 암만 조개를 닮은 달팽이를 보았다. 껍질은 햇볕에 색이 바란 것 같아 빈 껍질인줄 알고 속을 들여다보니 얇은 막 속에 뭔가 들어 있었다. 냄새는 고약 했으나 썩는 냄새는 아니었고 손가락으로 눌러보니 분명히 살아있는 생명체 같아서 다시 작은 나뭇가지에 얹어 놔 주었다.
자세히 보니 그 작은 나무에는 또 다른 두, 서너 마리가 가지에 꼭 붙어 있었다. 정말 희한하게도 생겼다. 텅 빈 것 같은 사막 곳곳엔 이런 신비한 생명체가 많이 있으리라.

시와에서 알렉산드리아 까지는 도로정비와 더불어 확장공사를 해놓아 차들이 빠른 속도로 달린다. 우리는 리비아와의 국경인 ‘샬롬’으로 가는 길과 알렉스로 가는 교차로에서 알렉스쪽으로 가는 길을 따라 ‘마르셀 마트로흐’ 에 접어 들었고 그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클레오파트라 여왕’이 수영을 했다는 해변에 도착했다.

지중해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아리따운 여왕의 수영에 파도조차 조용 하라고, 수영을 했다는 곳은 큰 바위들이 마치 요새처럼, 병풍처럼 둘러 쌓여있다.
이집트인들도 꽤나 많이 구경을 하러 왔었다. 입구에 세워놓은 그녀의 두상은 중년의 클레오파트라를 조각해 놨는지 그녀의 전성시대에 시져와 안토니오와 더불어 사랑을 나누었고 세기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던 그녀의 이미지와는 너무나도 달라 보였다.

시와를 출발한지 6시간 만인 오후 2시에 마르셀 마트로흐에 도착, 그 곳에 있는 한 해산물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알레산드리아 초입, 성 아부미나(St Mina) 수도원이 있는 마리오트(Mariott)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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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산드리아-

성 미나 수도원을 찾아 한 참을 헤매었다. 마침내 찾은 수도원은 알고 보니 내가 이미 16-7년 전에 김수창(야고보) 신부님을 모시고 답사를 했던 바로 그 수도원이었다.
그 동안 수도원은 많은 발전이 있었나 보다. 드넓은 택지에는 채플들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어서 우리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지만 나는 놀랐다.
이집트 있는 수도원들은 대부분 고즈넉하고 소박한 옛 수도원 그 자체로 남아있는데 도심과 가까워서인지는 몰라도 무척 화려하고 웅장했다. 미나에 대한 일대기가 교회 안쪽에 쓰여있고(현지정보 난의 아부미나 참조) 또 다른 채플은 그 동안 다녀갔던 아프리카 정상들의 방문록(訪問錄)과 사진들이 있었다.
특히 이디오피아의 쎌라시에 황제의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초기 알렉산드리아는 터키의 에페소나 안티옥과는 달리 철학신학이 발달했던 곳으로 여러 신앙의 집합소(集合所)같은 곳이었고, 활발한 학문적 토론과 더불어 이집트에 훌륭한 교부시대(敎父時代)를 열어갔던 곳이다.
그 유명한 70인 역서가 완성되었던 곳도 바로 이 알렉산드리아였다.
미나, 특히 아다니시우스, 오르게네스, 안토니우스와 같은 교부들은 신학역사상에도 족적을 남겼던 훌륭한 교부들이었다. 최초로 수도원을 열었던 안토니우스 성인. 그리고 토론이 활발했던 만큼 이집트의 기독교는 니케아 공의회와 켈커튼 공회의와는 상반되는 독자적인 이집트 교회사를 만들어 갔다.
한 때 미나 성인의 시신이 묻혀있던 곳은 병을 치유하는 탁월한 기적이 있었기에 이 곳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여기 저기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수도원을 돌아보고 있는 우리들에게 그 곳 사람들은 참으로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그런 사람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알렉스 중심가에 있는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몬타자 공원내에 있는 팔레스타인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호텔은 이집트 대통령이 여름 별장으로 쓰는 몬테자 궁전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리잡고 있었고 어느 방향에서 보든 바다가 보이고 주위경관이 뛰어나는 호텔이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몬테자 ! 전 이집트에서 가장 크고 훌륭한 정원이 있는 대통령의 여름별장이 있는 곳이 아니던가! 도처에 경비들이 눈에 많이 띄었으나 평화롭고 여유로워 보였다. 우리 일행은 파이윰을 떠난 이후 처음으로 마음의 긴장을 풀고 욕조에서 밀린 빨래를 했다.

다음날 커튼을 열고 보니 대통령 별장인 몬테자 궁전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었다. 잔디 관리가가 기가막히게 잘 되어 있었고 이른 아침이라서 인지 궁전주변에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알렉산드리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낭만에 젖는다.
지중해를 끼고 50여 년 전만 해도 세계 3대 미항(美港) 중의 하나였고, 신학과 철학을 연구했던 학구파들의 도시였고, 무엇보다도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였던 파로스 등대(Pharaoh’s light House) 가 있었던 곳이고 더더욱 불타버린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은 에페소의 ‘셀수즈’ 도서관과 ‘버가모’ 도서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도서관에 속했던 곳 이었으니……
그리스의 수학자, ‘에라토스 테네스(Eratosthenes)"가 바로 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지구의 둘레를 구하는, 그 실마리를 찾지 않았던가!

우리는 마르코 성인(4대 福音 사가 중의 한 분)의 순교 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수잔 여사( 현직 대통령 부인)가 지원해서 만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방문했다. 이 도서관에는 어린이들과 관련 있는 ‘슈베르트, 간디, 안델센’ 등의 석상이 있고, 컴퓨터 등 어린이를 위한 시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미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는데도 중요한 시설은 또 입장료를 내야 했다..

해변에 위치한 카이트베이(Kait Bay)로 이동해서 요새(Fortress)를 관람하고, 지중해에서 캐어온 여러 가지 조개 껍질을 파는 곳에서, 일행들은 한국에 가서도 지중해의 바닷소리를 들어 보려고 소라처럼 생긴 큰 고동을 샀다.

알렉산드리아라는 큰 도시가 흥망성쇠를 거듭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고, 도시자체는 무척 생동감이 넘쳐서 좋지만 옛스러웠던 바닷가의 정취라던가 도시의 고풍스런 모습들은 사라져가고 있었으나 이집트 제1의 항구답게 다시 깨어나고 있었다.

필자 주: 작년에도 알렉스를 찾았던 손님 들이라서 알렉산드리아의 관광지 중, 폼페이우스의 기둥, 지하 무덤, 박물관, 보석 박물관, 로마시대의 야외극장 등은 이번 일정에서는 제외되었습니다.

- 다음은 마지막 편 카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