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파이윰’을 떠나 ‘바하리아’로 떠났다.
‘파이윰’에서 일단 카이로 쪽으로 80km를 달린 후 ‘씩스 옥토버(6th October)’라는 공단 신도시를 지나 Alexamdria Desert Road를 따라 가다가 왼쪽으로 접어들면 곧장 ‘바하리아로’ 가는 길이 나온다.
‘바하리아’ 까지는 장장 300km에 달하는 길이다. ‘파이륨’을 떠나는 도중에 ‘파이윰 5일장’을 구경했다.

장날! 닭, 나귀, 사람, 푸성귀, 물고기(생선), 家內 수공 품 …. 별아 별 물건들이 다 거래되고 또 물건과 물건을 맞바꾸기도 한다. 그야 말로 물물거래다. 참 재미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장면들이다.
‘파이윰에’서 카이로 쪽으로 오다가 보면 오른 쪽으로 3 개의 피라미드가 보인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 먼 발치의 피라미드를 구경했다. 이 곳에서 보는 피라미드는 3개가 완전히 겹쳐 마치 하나 인 것처럼 보인다.
이 신기한 모습을 보고 일행은 깜짝 놀라는 모습이 역력했다. 앞으로 그들에게 전개될 사막의 모습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일 가 싶어 흥미진진해 진다.

점점 갈수록 시가지의 모습들은 사라지고 막막한 사막 길을 약 4시간을 달려 우리의 첫 기착지인 ‘골든 벨리< Golden Valley>’ 호텔에 도착 했다. 달리 선택할 곳이 없는 막막한 지역이고 카이로나 파이윰 처럼 시설 좋은 호텔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온 일행들이다.
사막 바하리아에 도착했다는 것 차체만으로도 다들 들떠있는 모습들이다. 여행을 많이 다녔고, 또 제대로 여행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
하기야 대도시에서 300km나 떨어진 이 사막에서 뭘 더 바랄 수 있겠는가 ….
호텔 이름 하나는 그만이다. 골든 벨리, -Golden valley- 황금의 계곡이라 ….
어릴 적에 즐겨봤던 ‘황금의 계곡’ 이라는 서부영화가 떠올라 속으로 피씩 웃었다.
호텔 주인 Mr. Ahmed에게, “ 호텔 이름이 참 좋다.” 라고 해 줬더니, “ 몇 년 전 이곳 지하에서 몇 백 년 인지, 몇 천 년이 됐는지 모를 황금 마스크를 쓴 한 족장(?)과 함께 수 십 구에 이르는 미라가 잠자고 있는 것이 발견되어, 이 구역은 개발금지구역이 되었고 이집트 정부에서 특별관리하는 곳이다.” 라고 했다.
Ahmed은 이어서,“ 그 사건 이 전에 이미 땅을 사뒀기 때문에 호텔을 짓는 게 가능했다. 우연치고는 너무 큰 행운이다. 신께 감사 드린다.” 라고 했다.
“그래서 호텔 명을 골든 벨리 라고 했다.” 한다. 나도 언젠가 그 예기를 뉴스에서 들은 기억이 난다. 상공에서 전자파로 전 이집트를 조사하던 중 어느 지역에서 황금 마스크를 쓴 여러 구의 미라를 발견했다…는.
“ 언젠가 발굴작업이 시작되면 이 곳 바하리아도 활성화 되고 단지 사막이 아니라 다른 볼거리도 있을 것.”이라면서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자다가 돈 벼락 맞은 격’ 일가.

카이로에서부터 가져온 아이스박스에서 김치를 꺼내 현지 식 밥과 이집트 사막의 감자요리(감자를 얇게 짤라 토마토 소스에 졸인) 함께 먹으니 또한 별미였다.
“한국에 가서도 작년에 먹었던 이 감자요리가 눈에 선했다.” 라면서 ‘저녁에도 감자요리를 먹게해 달라.” 기에 Ahmed에게 그대로 부탁을 했다. 군말 없이 “ OK ” 다.

호텔 주인 Ahmed이 직접 운전을 하고 나섰다. 텐트와 메츠레스, 이불 등을 챙겨 두 대의 Jeep 차에 분승, 본격적인 사파리 투어에 들어갔다.
오늘 밤은 사막에서 텐트 숙박을 하고 내일 다시 ‘골든 벨리 호텔’에서 1박을 더 머물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여행객보다 시간적 여유가 더 있어서 남들이 가보지 못하는 바하리아 깊숙한 곳까지 가볼 예정이다.
호텔 뒤로는 시와 사막과 리비아로 가는 길을 닦고 있었고, ‘바위티’ 마을 입구에 자리잡은 호텔 앞으로는 바로 흑사 막과 백사 막으로 가는 포장 도로가 뚫려있다.
조금 달리다가 우리는 “헤이즈’ (부족의 이름) 마을 중, 한 가족이 살면서 나무도 팔고, 물이랑 콜라 등, 음료수를 파는 가게에 도착 했다.
가게 입구에는 빈 콜라 캔에 구멍을 내어 줄에 끼워 마치 거인의 목거리처럼 걸어놔, 누가 봐도 이 곳이 콜라를 파는 곳임을 금방 알아 볼 수 있게 해놨다. 재치가 있다.

‘헤이즈’ 마을은 한 씨족으로 이루어진 마을로 삼촌. 이모 외삼촌, 사촌 오촌… 등이 흩어져 살고 있다. 도시의 때가 전혀 묻지 않은 순진하고 순박한 일가(一家)다.
한 살 박이 애기가 있었는데 주인 아주머니는 또 임신을 했다고 자랑(?)을 한다. 자랑 할 만 하겠지. 어디 애 낳아 기르는일이 그리 쉬운 일인가?
여기서는 한국과 같이 자식의 학원비를 걱정하는 그런 극성스런 모성애(母性愛)는 없으리라. 그냥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터득해 나가겠지.
디지털 시대에 이 곳은 아날로그도 아닌 원시시대에 가까운, 컴퓨터의 ‘컴’ 자도 모르는 곳이다.
아하멧이 저녁밥을 지을 나무를 사고 있는 사이에 4-5살로 보이는 꼬마가 북을 가지고 오더니 치기 시작한다. 이름을 ‘하싼’ 이라고 했다. 북 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폼이 딱 맞아 떨어진다.
‘타블라’라고 하는 이집트 전통 북은 앉아서 겨드랑이 끼고 어떤 때는 손가락으로 어떤 때는 손바닥으로, 두 손을 번갈아 두드리는데 그 리듬이 아주 흥겹다.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생활 속에 들어가 자연스럽게 삶을 터득해 가나보다.
예쁘장한 두 누나들은 우리 앞에서 쑥스러워 하는데, 신명이 난 우리 이행들의 춤사위가 벌어진다. 상상을 해보라. 작은 꼬마가 북을 치고 그 가락에 맞춰 머나먼 한국에서 온 우리들은 춤을 추고… 이렇게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카이로에서부터 주스나 물, 음료수 등을 준비해 왔기 때문에 팔아줄 것이 없어서 미안하기만 했다. 우리에게 즐거움을 줬던 ‘헤이즈’ 소년, ‘하싼’ 의 손에 정성스럽게 팁을 꼭 쥐어준 후, 그 구멍가게를 뒤로하고 길을 재촉했다

나는 일행에게, “이집트 인들의 눈은 우수에 젖어 있는 듯, 보는 이로 하여금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긴 눈썹에 순하게 생긴 눈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눈을 가진 배우를 물색하던 영화 ‘닥터 지바고’ 의 감독의 눈에 이집트 배우 ‘오마르 샤리프’ (Omar Sherief)가 띄었고 그를 이 영화의 주연으로 발탁하게 된 것이다.” 라고 말해 줬더니, “정말로 ‘오마르 샤리프’가 이집트 사람이었느냐?”라면서 다들 깜짝 놀란다. . 그리고 나의 말에 동감하는 것 같다. 북 치던 하싼의 눈망울이 금방 떠 올랐나 보다.

몇 시간을 달리는 차창 밖으로는 계속되는 사막 풍경뿐이었던 것이 저 멀리 푸른 나무들이 손에 잡힐 듯 보이고 갈대가 우거진 들판 저쪽으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프라프라 오아시스(Frafra oasis)가 시야에 들어왔다. 시간은 벌써 오후 4시를 지나고 있었고 햇살은 아직도 따가웠다.

프라프라 오아시스는 큰 호수를 끼고 있는데 물은 파이윰의 카룬 호수처럼 짠 물이다. 갈대가 사람 키의 두 배나 되어, 호수를 볼 수 있는 곳을 찾아 들어갔다. 갈대 사이로 넓은 호수가 보였다. 호숫가에서 발을 담그고 작은 물고기들을 놀라게 해 줬다. 물고기들이 제법 많다. 이 곳 마을 비포장 도로도 아스팔트가 깔리고 있었다. 사막에 있는 골든 벨리를 떠난 지 몇 시간 만에 호수를 보니 ‘역시 물은 생명이다’ 라는 말이 실감난다.
나일강과는 멀리 떨어진 사막의 곳 곳에 있는 오아시스는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 이라고 생각하는 이들! 주어진 삶에 순응하면서 행복해하는 그들을 보면서 ‘나는 이들 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는데 행복하다는 걸 느끼지 못하고 있으니, 얼마나 불행 한가.” 라고 생각해 본다, 그런데 우리 일행은 마냥 즐기고 있었다.
사막 그 자체를 …

프라프라 오아시스를 떠나 우리가 밤을 지샐, 백 사막에 텐트를 칠 곳을 향해 출발했다. 이미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고 나는 마음이 급했다.
아직 갈 곳은 멀었는데 벌써 주변은 어둑-어둑하게 땅거미가 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하멧은 태연자약하게 마냥 여유를 부린다.
작년에 와서 묵었던 같은 장소를 찾아 가는데 너무도 깜깜해서 그 곳은 포기하고 버섯바위가 있는 곳에서 좀 떨어진, 큰 바위가 있는 모래가 곱게 쌓인 곳에 잠자리를 마련했다. 아직 사막 모래는 따뜻했고 모래 위에 두꺼운 메츠레스를 깔고 그 위에 모포를 씨웠다. 별을 보면서 잠을 자기 위해 텐트 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우리는 밤 하늘을 지붕으로 삼고, 쏟아질 것만 같은 수 많은 별들을 붙박이 ‘모벨리에’로 삼아 잠자리를 만들었고 아하멧 (Ahmed) 등은 ‘헤이즈’에서 사온 나무에 불을 피워 (불을 참 잘도 피운다) 음식을 만든다.
닭고기 굽는 냄새가 온 사막에 퍼지는 것 같다. 사막 여기저기에 같은 불빛들이 보인다. 아마 또 다른 여행객들도 저녁을 짓나 보다. 남자 셋이서 조몰락, 주물럭 한 시간 가량을 그러더니, 음식 익는 냄새가 시장하던 우리 일행의 코를 자극한다.
어디서 왔는지 여우 한 마리가 떠나지 않고 우리 주위를 맴돈다. 음식을 먹다가 낮에 약속했던 감자요리가 생각나서, “언제 주나?” 라고 물으니,“ 지금 막 다 됐다.’ 라면서 은박지에 싸서 숯불에 구운 감자를 내준다.
같은 요리를 계속 먹으면 맛이 없다나! 우리는 그 말에 큰소리로 웃었고, 맛있게 구운 닭고기에 준비해 온 과일로 포식을 했다. 그리고 주위를 맴도는 배고픈 여우를 위해 먹다 남은 음식을 놔두었다.

현지인들은 캠프 파이어(Camp Fire)를 끼고 북을 두드린다. 나는 노래도 못하고 춤은 더더구나 못추는 음치에 몸치 이다. 그러나 흥겹게 같이 박수치고 그 즐거움에 젖어 들었다. 여우도 먹다 말고 꼬리를 치며 춤추지 않았을까! ‘생떽 쥐페리’의 어린 왕자님은 그 사막에서 왜 한 마리의 여우만 만났을까? 우리 주변을 맴도는 여우는 왜 또 한 마리 인가? 어둠 속에서 두 눈만을 반짝이면서.. 북소리는 나의 마음을 울린다. 저 깊은 심연의 바다에서 몰아쳐 오르는 여울처럼!

잠자리에 들기 전, ‘파이윰’ 에서 사온 그 홑 이불을 나누어 줬더니 그제서야 나의 뜻을 알고
“마음 써 줘서 고맙다.”고 한다.

사막의 밤은 깊어만 가고
모래 바닥은 기분 좋게 따뜻하고
사막의 바람은 시원하기만 하다.
극성스런 모기도 이 곳엔 없다.
누구라 할 것 없이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둘
모두가 동심에 젖어서
잠이 들었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