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사막의 秘境 >

어스름한 새벽에 누구랄 것도 없이 부스스, 부스스 일어나더니 나를 쳐다본다.
나는 “Good morning! Good afternoon! Good evening!” 하고는 셋 중에 좋을 대로 고르세요 했더니 킬킬거리고 웃으면서 취향에 따라 골라서 인사를 했다.
그리고 주변 탐사에 나섰다. Ahmed과 그 동료들을 깨우지 않게 조심하면서 그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서 시원하게 배설했다.
여류화가 천경자씨가 “미국여행 중 어느 사막에서 딸과 함께 앉아 시원하게 오줌을 싸면서 화해 했노라.” 라는 수필이 떠오른다. 나는 “일행 중 제일 배설을 많이 한 사람이 누구?” 내 년에 다시오면 어제 먹은 수박 씨가 자라서 수박이 열릴 지도 몰라! 했더니 모두다 배꼽잡고 웃는다.
그러는 사이 태양이 동녘 하늘을 뚫고 올라와 날이 밝아오자 서둘러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떠날 채비를 했다.

어제 밤 파라프라 오아시스를 다녀 들려 오느라 백사 막의 비경을 보지 못했는데, 버섯 모양, 새 모양, 등 각양 각색의 모양을 한 바위들 사이를 요리 조리 돌면서 구경을 했다.
사막은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데 그 시간이 있다. 시간은 보이지 않는 세계다.
볼 수 있는 우리들은 그 시간 자체는 보지 못하는데 보이지 않는 시간은 모든 물질을 창조하기도 하고 파괴하기도 한다. 조물주위 손이 빚어낸 아름다움과 장함이 이 곳에 있다.
이런 것을 모방하려는 인간의 시도가 바로 예술이라 했던가?
그러나 바람과 모래와 그리고 시간이 만든 예술만 할까? 우리는 시간 속에 태어나서 시간 속에 죽는다는데 사막도 그러할까? 없는 것 같은데 충만하고 죽은 것 같은데 끊임 없이 살아 움직인다.

동녘에서 오는 빛은 “탄생의 빛’’이라고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예기했다. 그 탄생의 빛을 받으며 우리는 아득한 시간 속을 달렸다. 하얀 모래 사막이 끝났나 싶더니 이젠 검은색의 납작 납작한 돌들이 갈라져서 마치 장독을 깨뜨려 천지사방에 뿌려놓은 것 같은 곳을 달리고 ……
<이 곳은 태고 적에는 바다 밑이었고 그 중에서도 진흙이었던 곳이리라. 땅 위로 드러나면서 그 진흙은 굳어지고 터져서 깨졌으리라. >
그리고 다시 모래 사막이 나온다.

한참을 달리니 저만치 꽃이 핀 고목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 풀 한 포기 없는 이 사막에 왠 고목 나무? 그 나무가 Saint Acacia<쎄인트 아카시아>란다. 옛 날 로마 군이 이 사막을 답사할 때 이 아카시아 나무를 발견하고 ‘쎄인트 아카시아< 성스러운 아카시아>’ 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나무가 살아 있으니 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까. 목말라 애타던 이들에게 이 한 그루의 나무는 경이롭기까지 했으리라. 그래서 그 옆으로 우물을 파다 말았는지 지하로 파 들어간 길이가 5m 나 되는 구덩이가 있었다.
그러나 지하수는 그 곳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있었고, 그들은 그 곳을 ‘로만 빌리지’ 라는 이름으로 남겨 놓았다. “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다.” 라고 어떤 시인은 예기 했다는데 그의 말이 실감난다.

그 지하수를 모아 낙타를 기르고 있는 베드윈을 만났다. 독일에서 온 한 아가씨가 그들을 도와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같이 사진 한 장 찍자고 했더니 흔쾌히 승낙한다. 베드윈 은 그 곳을 ‘아인 카트라’ 라고 불렀다. 샘물 안에 동동 떠있는 수박이 그렇게 시원하고 맛있게 보일 줄이야.

수박은 이 아프리카가 원산지이다. 수박 중에서도 리비아 수박과 이집트 수박이 자웅을 겨룬다. 조물주의 솜씨가 이토록 조화롭다. =사막과 수박=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

‘아인 카트라’를 조금 지나 ‘와인 아인’이라는 곳에서 신기루 같은 낙타 떼가 보였다. 아니, 신기루 같이 보이던 것은 진짜 낙타 떼였다.
‘아인 카트라’에서 지하로 흘러 들어간 물이 모인 곳에 많은 풀들이 자라고 있었고 그 곳에는 수 많은 낙타들이 떼를 지어 한가롭고도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이 곳이 사막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어미 젖을 빨고 있는 아기 낙타가 있어서 사진 한 장 찍었다.

낙타 고기는 기름기가 없어서 담백하다고 한다. 그리고 낙타는 사막의 자가용이다. 200kg이상의 짐을 싣고 시속 4km로 10시간을 갈 수 있고 짐이 가벼우면 하루에 200km도 간다고 한다. 굵고 긴 눈썹과 닫을 수 있는 코가 있어서 모래 먼지를 막아 준다고 한다. 물이 없는 사막에서 15일 이상을 살 수 있고 한 번에 60l 이상의 물을 마시고 이를 몸 속에 저장한다. 그렇다고 낙타등에 있는 봉이 물은 아니다. 베드윈들은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낙타 없이는 못 산다고 한다.
낙타는 세 마디인 다리로 앉을 때에는 두 다리를 모으고 순종하는 자세로 앉는다.
그래서 ‘너희는 낙타처럼순종하라.’고 성서에도 나와있다. 우리 일행은 낙타 떼를 뒤로 하고 한 시간 정도를 달려서 ‘로만 발리’< 아부 하와스> 라는 곳에 도착했다.

아득하게 펼쳐진 모래! 모래! 모래 사막! 저 속에 들어가면 빠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 온 몸을 감싼다. 그리고 멀리 점점이 바위산들이 네모 꼴로 보인다. 큰 거인이 심술을 부려 마치 큰 돌들을 모래 위에 허 트려 놓은 것 같다. 우리는 심호흡을 했다.
사그락 사그락 모래가 이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온통 정적에 쌓여 있고 Ahmed은 차를 돌아보며 바퀴를 점검하고 공기를 좀 빼는 것 같은데.. 우리는 불안 해서 “차는 괜찮겠지? 저 사막 속으로 가는 건 아니지?’ 하고 물었더니 씩하고 웃으며,
“사막 생활 30년 인데……” 하고 중얼거린다. 자기를 못 믿느냐는 표정이다.

우리는 “설마 저 곳을 지나가지는 않겠지요’ 라고 말을 나누며 굴 화석을 주웠다. 설마가 사람 죽인다 더니, Ahmed 은 냅다 내리 꽂히듯 하면서 그 모래 사막 속으로 질주한다. 간이 콩알 만 해진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여간 재미있는 게 아니다. 모래 언덕을 올라가고 내려가고……

왕 모래, 중간 모래, 밀 가루 같은 모래. 부드럽기가 개미 똥구멍 같다.
한 참을 그렇게 오르고 내리며 달리더니 우리는 뉴 플라워 스톤(New Flowerstone) 지역에 도착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아직 닿지 않은 곳이라 크고 좋은 플라워 스톤을 주울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이동해 크리스탈 탈 마운틴에 도착했는데 그 곳도 New Crystal mountain이었다. 괴물처럼 생긴 크리스탈도 보고 문어처럼 생긴 크리스탈도 보면서 언제쯤 인간의 발길이 닿은 도로가 보일까 슬금슬금 조바심이 나기 시작 하는데 바로 앞에 검은색 아스팔트 도로가 보였다.

- 반갑다 인간의 냄새! –
사실 극소수의 사람들만 가 볼 수 있는 비경을 점심까지 거르고 7 시간 이상을 돌아 다녔다.

‘아인 알 애스’ 마을에서 미국사람들이 세운 학교를 보면서 오리 떼와 마을 돌아보고 나오다가 길 위에서 람세스를 닮은 할아버지를 만나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세월을 찍었다. 그리고 흑 사막을 지나 호텔에 도착 하여 늦은 점심을 먹었다. 오후 4시였다.

점심을 먹은 후, “ 온천에 가고 싶다.” 했더니 ‘비르 시감’이라는 곳으로 안내 해주었다. 뜨거운 온천 물에 발을 담그고 피로를 풀고 있는데 카이로에서 왔다는 기자단과 관광개발 팀을 만났다.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위원장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서울을 다녀온 사람을 만나서 이런 저런 예기를 나누었다. 그 사람은 서울과 평창 에서 받은 대접이 인상 깊었나 보다. 내 고국 한국의 칭찬을 침이 마르게 하고 있었다.
사막을 돌다가 이제 온천 속에 발을 담그고 쉬면서 듣는 고국의 얘기에 우리의 기분은 완전히 UP ! “그렇게 좋은 곳을 두고 왜 이곳까지 왔느냐? “고 묻는다.

인간들이란 항상 다른 세계를 꿈꾸니까!
그렇지 않았다면 시간 속에 묶여 있었겠지.
문화와 문명과 역사가 퇴보 하겠지.
동경의 세계는 아름답다.
끔을 꾸는 인간은 아름답다.
도전 정신이 아름답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