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한 시에 기상하여 성산(일명 모세산)을 향하여 출발했다. 차를 타고 캐터린 수도원 1 km 전방에서 하차하여 도보로 걸어가야 한다. 이 곳에는 관광경찰이 등반객들을 위해 설치한 초소가 있다.

가기 싫어하는 베드윈 가이드(쎌퍼)) 한 명을 어거지(억지)로 배정 받았다.
베드윈들에게 직업을 주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우리는 그로부터 참으로 적절하게 도움을 받았다.
우리 일행은 첫 발부터 한 걸음 한 걸음 보폭을 맞추어 나아갔다. 손 전등 하나씩 들고 가끔씩 하늘을 보면서 나아갔다. 얼마 안 가서 어둠 속에 수도원의 성체가 어렴풋이 보인다.
성체를 끼고 앞으로 조금 더 나아가니 낙타 꾼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법 질서 있게 차례차례 한 사람씩 태우고 있었다.
” 우리 일행을 다 함께 올라가게 해 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대답은 ‘Yes’ 하더니 그냥 한 마리씩 출발해 버린다. 일행 모두가 안전하게 출발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마지막 낙타를 타고 뒤를 좇아갔다.
낙타 한 마리 이용료는 마리 당 10$에 팁을 2$씩 얹어줬다. 팁 1$씩을 모아 조장에게 미리 주고 나머지 1$씩은 마리 당 10$씩과 함께 도착한 후 주었다.
어둠 속에서도 낙타들은 실수 없이 자박자박 올라간다. 발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닌데 용케도 바윗돌에 채이지 않고 잘도 올라간다.
“낙타 등에서 졸면 안됩니다.” 했더니 떨어질 가 봐 손잡이를 꽉 틀어 주고 있는 일행의 모습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낙타를 타고 한 두 시간쯤 올라와 시내산 3분의 1지점을 남겨 놓고 내렸다.
낙타는 더 이상 올라갈 수 없고 이제는 도보로 정상까지 올라가야 한다. 낙타 등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어서 긴장된 팔과 다리를 푸는 준비운동을 하고, 베드윈 안내자에게 일행 중 심장이 약하다는 분을 부축해서 앞장 세우고 우리는 그 뒤를 이었다.
딱 10 계단씩을 가다 쉬고 가다 쉬면서 올라갔다. 한 두 사람이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고산 증이다. 이제 좀만 더 가면 됩니다 라고 안심시키면서 차분하게 올라갔다. 고단한 몸을 참으면서 애를 쓰며 올라가는 일행의 모습을 보니 낙오자 없이 모두 정상에 올라서는 기쁨을 맛보게 하고 싶었다.
드디어 정상이 눈앞에 보였다. 편편하고 좋은 자리는 모두 약삭빠른 베드윈들이 천막을 치고 매점을 열어 뜨거운 물과 차를 팔고 있었다.

그 곳에서는 앞서 올라온 수원교구 부제님들이 미사를 올리고 있었다. 귀에 익은 아름다운 성가를 들으면서 우리도 함께 동화되었다. 나는 일행에게 양해를 구하고 미사에 참여하여 영성체를 봉하였다.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그리고 마지막 여세를 몰아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오늘 따라 유난히 바람도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이 정상은, 어느 때는 함박 눈이 펑펑 내리고, 어느 때는 고즈넉하게 비가 내리는가 하면, 어느 때는 안개가 드리우고, 또 어느 때는 구름이 머리 위까지 덮는데 오늘은 맑고 바람까지 잠잠하여 딱 기분이 좋다.

도착한 지 10분쯤 지나자 동녘 하늘이 밝아온다 – 여명! -. 고대 이집트 이집트인들은 ,”저 해가 지하세계에서 힘을 충전하여 다시 떠 오른다.”고 생각했다 던가? 지금 이 시간, 이 기쁨은 내 생애에 다시 오지 않으리라.
사람들의 함성과 함께 동쪽 지평선에 오늘 다시 새로운 태양이 떠오른다.
마치 우리의 남은 여정을 축복이라도 하는 듯이……

여기 저기서 Flash가 터진다. 이 순간이 아니면 저처럼 막강한 Power를 가진 태양을 어떻게 볼 수 있을 것인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