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이 밝아오자 마자 해변으로 나갔다.
긴 해변을 따라 산책을 했다. 해변에서 바라보는 시나이 쪽 산들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 같았다. 나무는 없었지만 산과 산이 이어져 산맥을 이루면서 산 넘어 산, 산 넘어 산이었다.

내일 저 산들을 발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산을 오를 예정이다. 바로 호렙산,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산(Gabal Mousa)을 오를 것이다.
두 번째 도전을 위해 나는 기도했다.

어느 새 해는 떠오르고 먼 바다로 Safari를 가기 위해 배에 물건들을 싣는 분주한 휴가 객들을 만났다. 그들은 유럽에서 왔고 아침에 나가서 오후 4-5시경에 돌아 올 예정이라 했다.
영화에서 보던 바로 그 배다. 배 안에서 음식을 만들 수도 있고, 취침도 하고, 10-12명 정도가 탈수 있는 배로 안에는 갖가지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Liveraboard). 그런데 달랑 일 가족 네 명이 배를 전세 했다고 한다. 오늘 오전에는 글라스 보트(Glass Boat)를 타고 바닷속 열대어를 구경하고 오후에는 St Catherine으로 갈 예정인데, 마음 같아서는 하루 정도 시나이사막을 Tracking 하는 사륜 오토바이도 타보고 싶었으나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다. 말 주인들은 말을 몰고 와서 말 타기를 즐기는 유럽사람들의 취향을 부추기고 있었다. 말을 타고 유유하게 해변을 걸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호텔로 돌아와 일행과 같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글라스 보트를 탔다.
배는 해변을 떠나 산호초가 있는 곳으로 이동 했다. 각종 산호초 사이로 나폴레옹 피시. 라이언 피시. 줄돔, 붉은 돔 등 크고 작은 각종 열대어 들이 마치 패션 쇼를 하듯이 제각기 몸 색깔을 뽐내면서 분주히 헤엄쳐 다닌다. 운 좋게도 투나(참치)까지 볼 수 있었다.
작은 투나였지만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 제법 의젓했다. 많은 산호초가 예전 보다는 많이 손상되어 있는 데에 마음이 아팠다.

산호는 식물처럼 보이지만 실은 동물이다. 18세기 프랑스의 학자에 의해 위와 장이 하나로 이루어진 원시적 동물임이 밝혀졌다. 딱딱한 산호는 이미 죽은 시체이고 살아 있는 산호는 유연 체로 물길에 따라 흐느적거린다. 동물임을 증명하는 것은 산호도 알을 낳는다는 사실이다.
자웅동체의 산호가 낳은 알은 물위로 떠올라 정자와 결합한 뒤 세포분열을 해가며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나선다. 이러한 산호 개체들이 모여 커다란 군집을 이룬 것이 바로 산호초이다.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이산화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산호초들은 전세계의 해안선을 보호하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물고기의 20-25%가 산호초 부근에서 잡힌다.

산호초는 바다의 슈퍼마켓이다. 산호 몸체를 이루는 다공 성 석회석은 오랜 동안 인간의 뼈를 대신하는 재료로 사용 되었다. 이 산호가 수 미터 크기의 군 체로 성장하려면 수 백 년이 걸린다고 하니, 우리는 이 소중한 자연을 아껴야 한다. 배 안에서 산호 군과 열대어를 보면서,”어제 저 열대어들과 같이 헤엄쳤노라.”며 감격해 하는 일행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물을 즐기지 못한다고 하지만, 나는 충분히 즐겼다.

다합에서 2박 3일은 좀 짧은 감이 있었다. 최소 한 4-5일은 체류 해야 여러 가지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시내 산을 향해 떠나야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