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전 벽화 다시보기

아부심벨에 도착했다.. 차 안에서 정신 없이 잠을 잔 터라 정오처럼 느껴지는 태양 볕이 몹시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시간은 아침 8시 30분..
채석장을 연상하게 하는 돌산이 보인다.. 아부심벨의 뒷모습이다.
감흥 없는 발걸음을 옮겼다. 입장권을 끊고 줄을 서서 들어갈 차례를 기다렸다.
입구부터 정면으로 돌아가는 길이 보기보다 거리가 있다. 금방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신전의 둘레가 제법 되는 모양이다.
영어가이드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 1시간 30분 정도의 자유 감상 시간을 가졌다. 안내책자를 들고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

아부심벨의 내부에 그려진 벽화를 보고 있자니 심장박동이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한 부분 한 부분의 벽화를 손가락으로 더듬어가며,
생각지 못한 벅찬 감명이 느껴졌다.
이끼가 서린 듯.. 벗겨져 나간 듯…
움푹 패인 윤곽만 남은 채 웅성웅성 살아 움직이는 듯한 울림이 느껴졌다.
내부 벽화를 바닥에서부터 천정까지 올려다 보면서.. 마음 속으로 수도 없이 탄성을 자아냈다.

2007.01.17 카이로 다이어리 中..

이집트의 장식과 미술은 그것이 발전 된 역사적 지리적 배경 위에서만 이해 될 수 있다. B.C12000년 전부터 지금껏 계속 되고 있는 이집트의 사막화와 환경적인 요인은 이집트를 점점 고립화 시켰으며 이러한 고립은 이집트 문명을 형성하는 중요 상황중의 하나이다.

고립, 느리고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1년의 노동주기, 확실한 수확량과 조직화 된 공동 노동의 필요성, 나일강의 수운에 의한 소통의 용이성은 B.C4000년 이라는 이른 시기에 국가가 형성될 수있는 배경이 되었다.

이집트 사람들은 그림에도 독립적인 생명이 있다고 여겨 사후세계의 필요한 많은 것들을 그려 넣음으로써 분묘의 벽화는 죽은 자 들과 함께 한다고 믿었다.

이집트의 그림은 형체와 속성으로부터 이탈하여 사물이 갖는 의미를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또한 사물의 비례를 이용하여 의미와 중요성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이집트의 화가들은 엄격한 규범에 의해 그리는 기술을 연마하였으며, 이것은 서유럽의 화가들의 그림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관점이다.
이집트의 아름다움은 단순히 보고 느끼는 것이기 보다 이해할 수있을 때 느껴지는 깊음이 있다.